“지난 수년간 신제조업에 대한 대응이 늦어지면서 국내 제조업 경쟁력이 통째로 무너질 위기에 처해 있다. 제조업의 위기는 고용 문제가 심각해지는 것은 물론 국가 경쟁력까지 떨어져 국민 삶의 질까지 하락할 수 있다.” 한국인더스트리4.0협회는 무너진 제조업을 살리는 해결책으로 ‘신제조업’을 제시했다. 신제조업에 국내 기업이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총체적인 변화는 물론 협력 기업과의 관계 변화, 사람들 간의 소통에 있어 범국민적 변화의 필요성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인더스트리4.0협회는 신제조업이라는 신조어를 바탕으로 현재의 변화를 개념화하고 실천에 옮길 방법을 논하려 한다.
신제조업이란?
신제조업은 현재 자동화 중심의 제조업을 스마트화한 제조업으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터넷과 연결하여 사업 방식을 바꾸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지닌다. 단순히 제품만 공급하던 제조업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제품 공급이 이뤄지는 ‘서비스 주도 제조업’으로 바뀌고 기존에 오프라인으로 이뤄지던 비즈니스 활동이 인터넷으로 옮겨지는 ‘인터넷 비즈니스 주도’로 바뀌는 것이다.
이러한 신제조업을 제품 공급 기업 차원에서 설명해 보면 공급 기업은 ‘성공적 사용 경험’ 서비스를 제공하고 제품을 공급함으로써 경쟁력을 갖추려 한다. 이를 위해서 기존의 제품의 생산 방식을 혁명적으로 바꾸어 고객이 만족하는 품질의 제품을 경쟁력 있는 원가로 생산하면서, 고객 서비스 제공에 적합한 고객 맞춤형 제품을 공급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고객과 긴밀히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고객의 요구 사항과 피드백을 전달 받아 이에 맞는 서비스와 제품을 신속하고 유연하게 공급하는 기업이 경쟁에서 살아남게 된다. 기업은 인터넷상으로 제품 설계, 주문, 생산, 배송, 고객 사용 과정 관리를 모니터링할 수 있다, 혹은 제품 설계, 생산, 배송, 고객 사용 과정 관리에서 다른 기업과 인터넷상으로 협업 관계를 통해 인터넷 비즈니스 거래 관계를 만들어 가게 된다.
신제조 대응 뒤쳐진 대한민국, 다른 제조 강국은?
독일의 ‘인더스트리4.0’은 신제조업의 공장과 관련된 모습에 초점을 두어 자동화 중심의 제조업을 스마트화하는 제조업으로, 데이터가 인터넷과 연결되어 실시간 분석과 대응이 스마트하게 이뤄진다. 실물을 사이버공간에 구현하는 가상 현실(virtual-reality)이 실시간 공장 상황을 보여주는 사이버-실물 연결 기술(CPS: Cyber Physical System)을 이용하여 제조 공장이 실시간 개별 요구사항에 부응하여 반응한다. 이러한 공장은 서비스 주도 제조업, 인터넷 비즈니스 주도 제조업의 공장과 관련된 모습에 초점을 두고 있다. 반면 미국의 ‘산업 인터넷 비즈니스’는 신제조업의 공장과 고객과 연결되는 모습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실시간 개별 요구사항에 대한 서비스 제공, 인터넷에 의존한 비즈니스이자 플랫폼을 매개로 한 산업인터넷 비즈니스로서의 제조업이 강조된다.
한국의 신제조업에 대한 대응은 독일의 인더스트리4.0 개념 가운데 공장의 스마트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러한 대응은 미국은 물론 중국이 주목하고 있는 서비스 제공 제조업화, 플랫폼을 매개로 한 인터넷 비즈니스 제조업화 추진과는 초점이 다르고 대응 속도도 느리다. 특히 플랫폼을 매개로 한 인터넷 비즈니스 주도 제조업화에 있어서는 온라인상으로 일정수 이상의 고객 기반을 갖추는 기업이 유리한 바, 대규모 인구를 갖춘 중국 및 인도, 영어권 국가에 비해 1억 명도 안되는 인구를 상대로 하는 한국 기업은 신제조업에의 대응은 힘겨운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 제조업은 반도체, 자동차, 조선, 철강 등 일부 분야를 제외하면 미국, 독일, 일본 등 기술 선진국과 세계의 공장이 된 중국 및 개발도상국 사이에 끼어 샌드위치가 된 형국이다. 그에 따라 경쟁력이 약화하고 있고 고용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최근 제조 혁명으로 인해 등장한 ‘신제조업’으로의 전환이 필수다.하지만 신제조업으로의 전환은 단위 기업 차원의 대응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다. 제조 기업의 총체적인 변화와 함께 파트너십에도 변화가 요구된다. 게다가 제조 환경을 결정하는 국민의 소통 방식의 변화도 필요하다. 국가의 전폭적이고 전략적인 지원은 두말할 것도 없다.
자동차 산업이 실현하고 있는 신제조업
자동차 산업은 신제조업으로 전환이 가시화된 제조업이다. 신제조업으로의 전환 가운데 서비스 주도 제조업으로 전환되고 있는 산업인지를 보려면 해당 산업이 물건 대신 서비스 제공 개념이 있는지 보면 된다. 자동차 산업은 ‘~하기’라는 경험 제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념이 들어오고 있다. 기존의 자동차를 제공산업에서 새로운 개념의 산업으로 바뀌고 있다. 자동차 제품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제공이 이뤄진다.
자동차 회사 로컬 모터스는 단순히 자동차를 제공하는 기업이라기보다 ‘자신이 원하는 차 만들기’ 경험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자동차 디자인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클라우드 소싱에 참여해 디자인을 제출하고 투표해 최종 디자인을 선정한다. 고객이 마음에 드는 모델을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3D 프린터로 출력 해낸 차체와 부품을 결합해 자동차를 제작한다. 생산량은 많지 않다. 1년에 1,000대에서 2,000대 수준만 생산된다. 생산 공장의 주 장비는 디지털 생산 장비인 3D 프린터다. 컴퓨터나 온라인 공간에 떠 있는 디자인을 bit 단위의 가루로 적층해 자동차 모델의 바디를 생산하고 유리, 배터리, 모터 등은 외부에서 구입해서 만들어진다. 여기서 자동차 산업이 무언가 다르다. 자동차를 제공하는 기업이 아닌 ‘고객이 원하는 ~하기 경험’을 제공한다. 참고로 앞서 신제조업은 인터넷으로 주로 비즈니스 활동이 이뤄지는 산업임도 논했는데 즉 로컬 모터스의 경우 비즈니스 활동에 해당하는 고객을 위한 제품 개발 및 판매 과정이 주로 인터넷으로 이뤄진다. 제품 판매는 ‘자신이원 하는 자동차 만들기’ 경험을 제공하는 가운데 이뤄진다.
다른 형태의 경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동차 업체가 등장하고 있다. 최근 자동차 선도 제조업체인 도요타가 ‘자동차 타기’ 경험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만약 자동차 산업이 ‘자동차 타기’ 경험 서비스 혹은 다른 경험 서비스(예: 자신이 원하는 자동차 만들기) 제공이 중심이 되고 자동차 제공은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이뤄지게 된다면 자동차 산업은 새로운 성격의 신 자동차 산업이 된다. 비행기 엔진 제조업은 ‘무고장 엔진 관리하기 혹은 저연비 엔진 관리하기’ 라는 엔진 사용지원서 제조업은 ‘무고장 엔진 관리하기 혹은 저연비 엔진 관리하기’ 라는 엔진 사용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으로 바뀐다. 엔진 제조업의 고객은 소비자가 아니고 고객사라 경험을 제공할 수는 없다. 경험에 해당하는 것은 사용한 물건에 대한 사용 ‘결과’이다. 따라서 고객사를 위해 제공하는 서비스는 우리 회사 제품을 산 후에 성공적인 제품 사용 지원 서비스이다. 냄비를 만드는 회사는 ‘잘 요리 하기’ 경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조업으로 바뀐다. 의료기기 제조업은 ‘환자 잘 진단하기 혹은 환자 잘 시술하기’ 위한 기기 사용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조업이 된다. 이들 비즈니스 활동은 주로 인터넷으로 이뤄지고 플랫폼이 중요해진다.
보쉬는 서비스 주도 제조업화에 따라 자사가 판매한 제품(전기 잔디깎이 등)이 2020년까지 절반 이상 인터넷으로 연결해 제품의 상태에 대한 데이터를 보내오고 이를 바탕으로 ‘무고장 잔디깎이 사용하기/효율적으로 잔디깎이 사용하기’ 경험을 제공하는 유지 관리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서비스 제공업으로 점진적으로 전환한다. 또한, 자사의 플랫폼인 Bosch IoT Suite를 다른 스쿠터 생산업체에 개방하여 스쿠터 업체의 ‘스쿠터 공유 플랫폼 제공하기’ 위한 플랫폼 사용 지원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러한 서비스 비즈니스 활동은 인터넷을 매개로 이뤄진다.
인터넷이 주도하는 신제조
신제조업의 또 다른 특징은 인터넷 비즈니스 주도라는 점이다. 즉, 자동차 타기 혹은 다른 경험 서비스 제공 비즈니스 활동이 주로 인터넷에 의존하는 제조업을 의미한다. 로컬 모터스의 ‘자신이 원하는 차 만들기’ 경험 서비스업은 자동차를 디자인하고 제작하고 판매하는 과정이 인터넷에 의존하여 이뤄진다. 도요타의 ‘자동차 타기’ 경험 서비스인 공유 서비스도 인터넷에 의존하여 이뤄진다. ‘자동차 타기’ 경험 서비스업은 도요타만이 아니고 우버도 하고 있다. 우버의 자동차 공유 인터넷 비즈니스는 ‘자동차 타기’ 경험 서비스업이다. 따라서 인터넷에 의존하는 인터넷 비즈니스이다. 자동차 산업은 고객에게 이동수단을 제공하는 인터넷 비즈니스에 의존하는 사업이 되어가고 있다. ‘자동차 타기’ 경험 서비스업 관점에서 보면 자동차 제조업체가 우버와 동일 산업에 있을 수 있고 경쟁 관계에 있을 수 있다. 이 서비스업 기준으로 보면 우버의 규모가 BMW보다 크다고 이야기하는 견해가 존재할 수 있다. 우버의 시가총액은 600억 달러(한화 약 60조 원), BMW는 530억 달러(한화 약 53조 원)이다.
서비스 주도 제조업은 갈수록 주로 인터넷으로 비즈니스 활동을 하는 제조업이 되어 가고 있다. 인터넷 비즈니스 주도 제조업이 될 경우플랫폼이 중요해지게 된다. 우버는 플랫폼을 장악했지만, BMW는 장악한 플랫폼이 없다. 벤츠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이유로 2015년 독일 벤츠의 제체 (Dieter Zetsche) 사장은 플랫폼을 장악한 애플의 하청기업인 팍스콘이 될 수 없다는 위기의식 어린 발언을 했다. 제체 사장이 볼 때 향후 자동차 제조업의 주도권은 우버와 같은 ‘자동차 타기’ 플랫폼 제공 기업이 갖고 자동차만 생산하는 기업은 이들 기업의 하청기업이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밝힌 것이다.
선도 제조기업의 서비스 주도 제조업화 인터넷 주도 제조업화로의 변신은 제조업의 새로운 플랫폼 장악 시도를 통해 나타나고 있다. 작년 11월에 북경에 개최된 Industrial Internet Consortium에서 발표된 자동차 부품 생산 공장의 AI를 통한 관리 시스템은 지멘스의 마인드스피어 플랫폼을 바탕으로한 솔루션이다. 즉 지멘스는 타 제조기업의 ‘AI 분석 플랫폼 활용하기’라는 플랫폼 사용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제공 기업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플랫폼 비즈니스는 인터넷 비즈니스이다. 자동차 산업은 점차 인터넷 비즈니스에 의존하는 정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서비스, 인터넷 비즈니스가 주도하는 신제조업이 등장하니 기존 인터넷 비즈니스업의 강자들인 구글, 알리바바 등이 제조업에 뛰어들게 되었다.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은 신제조업의 등장을 인지하고 있다. 그는 최근 반도체 산업 진입을 선언하며 ‘신제조’가경영의 주요 화두로 등장한다는 발언을 한적이 있다.
신제조업의 등장은 ‘공장이 더 디지털화되고 더 스마트화’되고 고객과 공장이 인터넷으로 더 연결됨에 따라 고객에게 서비스를 더욱 풍부히 제공할 수 있게 됨에 따른 것이다. 이를 위해 경영 및 조직이 비약적으로 바뀌고, 개별 고객의 요구 사항에 부응하는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변화가 필요하다. 제조 업체, 고객 업체, 협력 업체 등의 인터넷으로 연결된 실시간 데이터의 활용 가능성을 활용하여 고객에게 최고의 가치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여기에 맞춘 제품을 공급하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디지털 전환이 이끄는 변화는?
미국은 서비스업이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통해 인터넷 주도 산업이 되었듯이 제조업도 디지털 전환을 통해 인터넷 주도 산업이 될 것으로 본다. 디지털 전환은 사업이 운영되고 고객에게 가치를 주는 방법에 있어 근본적인 변화를 주는 디지털 기술 사업 모든 영역에서의 통합을 의미한다.
신제조업의 등장을 로저스(2016)의 디지털 전환 개념과 관련하여 설명하자면, 자동차 산업의 ‘자동차 타기’ 경험 서비스업화는 제조 기업의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의 변화이다. 즉 고객에게 제품이 주는 가치를 넘어서서 ‘자동차 타기’ 경험 서비스 가치 제공으로 전환하는 변화이다. 또한 인터넷을 이용해서 고객에게 ‘자동차 타기’ 경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고객과 기존의 연결(딜러망을 통한 고객 판매, A/S를 통한 고객과의 연결)하는 방식을 트랜스폼하는 변화(인터넷망을 통한 고객과의 연결)이다.
‘자동차 타기’ 경험 서비스가 인터넷에 의존한다면 ‘자동차 타기 경험 서비스 비즈니스’ 경쟁은 제품이 아닌 플랫폼을 바탕으로 한 경쟁이 이뤄진다. 이를 로저스는 경쟁 방식을 전환하여 제품만의 경쟁이 아닌 플랫폼을바탕으로 한 경쟁으로 이동시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서비스, 인터넷 비즈니스 주도 제조업’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뤄진다. 로저스는 이를 데이터를 생각하는 방식을 전환하여 데이터를 빠르고 싸게 생성하는 것을 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도 가능하게 함을 논한다.
또한, 로저스는 디지털 기술은 경영혁신 방식을 변환하여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실험하는 것을 빠르고 싸게 해줌을 논의한다. 이는 제조업이 인터넷 비즈니스 기업과 비슷하게 바뀌게 되어 구글 등의 기업과 같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빠르고 실험하는 방식이 확산됨을 의미한다. 즉 기존 제조업이 디지털 전환된 결과로 나타나는 제조업이 신제조업이라고 할 수 있다.
고용까지 이어지는 신제조업
신제조업의 영향력은 현재 소비자 인터넷 비즈니스 영역에서(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넷플릭스 등) 매우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매켄지 보고서를 인용한 GE에 의하면 제조업을 산업 인터넷 비즈니스로 보고 시장 규모를 페이스북, 아마존, 구글 등 기존의 소비자 인터넷 비즈니스보다 3배 큰 산업으로 보고 있다(GE Digital 2016).
신제조업의 등장으로 미래에는 제조업이 고용을 증대할 가능성이 높게 존재한다. 현재 인더스트리 4.0이나 4차 산업 혁명 논의 가운데 향후 제조업 고용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가 존재하는 이유는 현재 이뤄지고 있는 디지털 기술 적용에 따른 변화를 공장 안에 한정하여 보기 때문이다. 공장에서 로봇, 3D 프린팅을 도입해 자동화하고 스마트화된 기술을 적용하면 할수록 공장 인력은 줄어들 수 있으나, 해당 기업은 소프트웨어, 센서, 3D 프린팅 전처리 및 후처리, 데이터 수집 및 축적, 데이터베이스 분석 등의 인력이 필요하게 된다.
해당 기업이 이들 새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제품 및 공정을 만들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새로운 시장과 산업군을 출현시키면 고용을 더욱 더 늘리게 될 것이다. 이들 기업과 거래 관계에 있는 공급업체에 시장을 제공함으로써 해당 업체에의 고용도 부가적으로 창출할 것이다. 신제조업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미국과 독일의 경우 2010년부터 지속해서 제조업 고용이 상승추세를 보여 2000년대 제조업 감소 추세를 극적으로 전환했다. 이는 제조업이 더 이상 고용 감소 산업이 아니며 고용 증가 산업으로 될 가능성이 높은 산업으로 변화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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